
2012년 전국고교농구대회, 부산중앙고는 단 6명의 선수로 출전했습니다. 교체 선수 없이 결승까지 올라간 이 놀라운 실화를 영화 <리바운드>가 스크린에 옮겼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며 화려한 득점 장면보다 공이 림을 벗어나 튕겨 나오는 순간에 더 몰입했습니다. 제 인생도 수많은 에어볼의 연속이었으니까요.
승리보다 과정을 조명한 실화의 힘
스포츠 영화는 대개 '승리'라는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리바운드>는 조금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장항준 감독은 실화가 가진 날것의 힘을 과장 없이 담백하게 그려냈습니다.
폐부 직전까지 몰린 농구부, 공익 코치로 떨이처럼 부임한 강양현(안재홍), 그리고 각자의 사연으로 모인 6명의 선수들. 제가 10년 차 작가로 살며 느낀 건, 완벽한 팀보다 불완전하지만 진심인 팀이 훨씬 더 설득력 있다는 점입니다. 영화는 신파적 요소를 최대한 걷어내고, 대신 청춘들의 거친 숨소리와 농구화가 코트에 쓸리는 마찰음을 채워 넣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초반부의 코믹한 톤이 중반 이후 묵직한 드라마로 전환되는 과정이 급작스럽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처음엔 그렇게 느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다시 떠올려보니, 그 전환이야말로 현실의 속도였습니다. 인생은 원래 예고 없이 무게를 더하니까요.
미숙하지만 진심인 리더, 함께 성장하는 팀
안재홍이 연기한 강양현 코치는 기존의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상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는 제자들과 함께 실수하고, 함께 배우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미숙한 리더입니다. 제가 작가로 살며 만난 수많은 편집자, 선배 작가들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분들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진심으로 함께 고민해준 사람들이었습니다.
영화 속 아이들은 체력이 바닥나고, 반칙으로 퇴장당하고, 점수 차이에 절망하면서도 코트를 떠나지 않습니다. 제게도 비슷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야심 차게 기획했던 프로젝트가 무산되고, 밤새워 쓴 원고가 휴지조각이 되었을 때, 저는 스스로를 패배자라고 생각하며 도망치려 했습니다.
"농구는 끝나도 인생은 계속된다"는 강양현 코치의 말은, 비단 운동선수들뿐만 아니라 매일매일 한계에 부딪히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가장 다정한 응원이었습니다. 저 역시 이 영화를 보며, 내 인생의 슛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다시 튀어 오르는 공을 잡기 위해 뛰어오를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리바운드의 진짜 의미를 다시 쓴 영화
일반적으로 리바운드는 튕겨 나온 공을 잡는 기술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 영화는 그 정의를 다시 썼습니다. 리바운드는 실패를 인정하고 다시 기회를 얻기 위해 몸을 던지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는 없어도 서로의 빈자리를 메우며 코트를 누비는 6명의 소년들을 보며, 우리는 결과가 아닌 '성장' 그 자체에 박수를 보내게 됩니다. 제가 작가로 살며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도 이것이었습니다. 무너진 자존심을 딛고 다시 펜을 잡는 것은 화려한 3점 슛보다 훨씬 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인생이라는 긴 경기에서 잠시 점수를 잃고 방황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영화는 훌륭한 '작전 타임'이 되어줄 것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시 일어서서 공을 향해 뛰어오르는 그 순간이, 이미 승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