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아바타 새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이전 작품들을 다시 안 보고 극장에 갔다가 후회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번 '불과 재'도 마찬가지였는데, 다행히 미리 '물의 길'을 다시 보고 가서 훨씬 더 깊이 있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3년 만에 돌아온 판도라 행성은 여전히 압도적이었고, 특히 이번엔 인물들의 감정선이 예상보다 훨씬 더 섬세하게 그려져서 놀랐습니다.
전작 복습이 필수인 이유
아바타 시리즈는 단순히 화려한 영상미만 보여주는 영화가 아닙니다. 제이크 설리 가족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고, 특히 '물의 길'에서 장남 네테이암을 잃은 뒤 네이티리가 스파이더를 대하는 복잡한 감정선이 '불과 재'에서도 계속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에 극장 가기 전날 '물의 길'을 다시 봤는데, 쿼리치 대령과 스파이더의 관계, 툴쿤 파야와 로악의 우정 같은 디테일을 다시 상기하니까 '불과 재'의 초반부 갈등 구조가 훨씬 더 명확하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스파이더가 판도라에서 산소 마스크 없이도 숨을 쉬게 되는 장면은, '물의 길'에서 그가 겪었던 정체성 혼란을 알고 있어야 그 무게감이 제대로 느껴집니다.
3년이란 시간이 꽤 긴 공백이라 인물 관계도만이라도 한 번 정리하고 가면 좋습니다. 제이크와 네이티리의 세 자녀(로악, 키리, 투크), 그리고 입양한 키리의 특별한 능력, 스파이더와 쿼리치의 부자 관계까지 머릿속에 넣고 가면 영화 초반부터 몰입도가 확 달라집니다.
인물들의 감정선이 돋보인 이유
이번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제이크와 네이티리 부부의 애틋함이었습니다. 이전 시리즈에서는 주로 액션과 모험에 집중했다면, '불과 재'는 부모로서의 고뇌와 부부 사이의 갈등을 훨씬 더 깊이 있게 다룹니다.
특히 제이크가 로악과 갈등하는 장면, 그리고 네이티리가 화살을 맞고도 가족을 지키려는 장면은 단순한 액션 영화의 클리셰를 넘어섭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예상 밖으로 울컥했는데, 음악과 영상이 완벽하게 맞물리면서 마치 판도라 행성 바로 옆에서 직접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새롭게 등장하는 악역 바랑이 이끄는 재부족도 신선했습니다. 나비족이지만 인간과 손잡고 동족을 공격하는 설정이 단순히 악당이 아니라, 그들의 절망과 신에 대한 배신감이라는 배경을 통해 입체적으로 그려집니다. 쿼리치 대령도 이번 작에서는 악역이지만 아들 스파이더에게만큼은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면서 캐릭터의 깊이가 더해졌습니다.
큰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이유
3시간 17분이라는 런타임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저는 오히려 끝나가는 게 아쉬웠습니다. 제임스 카메론이 AI를 단 1초도 쓰지 않고 배우들의 모션 캡처와 실제 수중 촬영으로 만들어낸 장면들은 정말 압도적이었습니다.
특히 후반부 재부족 전투 씬은 돌비 시네마나 IMAX에서 봐야 제대로 된 임팩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돌비 시네마로 봤는데, 음향과 영상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판도라를 체험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집에서 OTT로 보면 절대 느낄 수 없는 규모감입니다.
새로 등장하는 거대 공중 생명체 엑소사이드가 폭발하는 장면이나, 성체 툴쿤들이 웅장하게 등장하는 장면은 화면이 클수록 그 압도감이 배가됩니다. 작은 스크린에서 보면 그냥 화려한 장면으로 그칠 수 있지만, 큰 스크린에서는 실제로 그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아바타 시리즈를 좋아했던 분이라면 이번 '불과 재'는 절대 실망하지 않을 겁니다. 전작을 다시 보고, 가능한 큰 스크린에서 관람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제 경험상 이건 영화 티켓이 아니라 판도라행 티켓을 끊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