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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승 리뷰 (송강호, 박정민, 현실 공감)

by Film Index 2026. 2. 25.

 

"1등 말고 1승만 하면 되는데, 그게 왜 안 될까요?" 이 질문이 이상하게 들리시나요?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질문이라고 느꼈습니다. 송강호, 박정민 주연의 영화 <1승>은 우승이 아닌 단 한 번의 승리를 목표로 하는 배구단 이야기입니다. 평생 패배만 해온 감독과 이길 생각이 없는 구단주, 자신감 잃은 선수들이 만나 벌이는 이 영화는 화려한 역전극 대신 '오늘 하루를 버티는 것'의 가치를 보여줍니다.

송강호의 루저 감독, 왜 공감될까

김우진 감독은 인생에서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는 사람입니다. 유소년 배구 교실은 망했고, 이혼까지 했으며, 선수 시절에도 프로 지명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지도자로서의 승률은 10%도 안 됩니다. 그런데 재벌 2세 강정원이 핑크 스톰 구단주가 되면서 그를 감독으로 영입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우승 경험이 없어서 마음에 든다"는 겁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묘하게 공감했습니다. 세상은 늘 1등만 기억하지만, 사실 우리 대부분은 1등보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목표로 살아갑니다. 제가 작은 목표 하나를 이루려고 몇 번이고 넘어졌을 때, 그게 남들 눈에는 별것 아니었어도 저에게는 다음 단계로 가는 유일한 동력이었던 것처럼요. 송강호가 연기한 김우진 감독은 패배에 익숙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카메라 울렁증 때문에 작전타임에서 할 말을 까먹고 "잘하자"만 외치는 장면은 웃기면서도 씁쓸합니다.

구단주 강정원은 "사람들은 이기고 지는 것에 관심 없고, 루저의 패기를 보고 싶어 한다"며 1승만 하면 20억을 시즌권 구매자에게 풀겠다고 공약합니다. 핑크 스톰은 희망이었던 리베로마저 팔려나가고, 주전 선수들은 모두 이적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김우진 감독은 남은 선수들의 숨은 장점을 찾아냅니다. 6년간 벤치만 지킨 강지숙을 세터로, 수비 못하는 레프트 오보라를 라이트로 포지션을 바꿉니다. "너의 단점이 장점"이라는 그의 말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줍니다.

박정민의 괴짜 구단주, 진짜 목적은

강정원 구단주는 전형적인 재벌 2세처럼 보이지만, 묘하게 계산적입니다. 자본주의 폐해를 비판하는 책을 내고 전 재산 기부를 공약했다가, 갑자기 "쓰고 죽겠다"며 핑크 스톰을 인수합니다. 1승만 하면 20억을 푼다는 공약도 이상합니다. 시즌권을 100만 원에 팔면서 100명 추첨으로 20억을 나눠주겠다는 건데, 시즌권은 5분 만에 완판됩니다.

솔직히 저는 이 부분이 예상 밖이었습니다. 구단주가 정말 1승을 원하는 건지, 아니면 전패를 노리는 건지 모호하게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영화 중반까지 강정원은 감독에게 "1승 못 하면 쪽 팔리겠죠?"라고 말하며 비웃는 듯한 태도를 보입니다. 희망이었던 리베로를 팔아버리고, 해외 용병도 영 실력이 애매한 선수를 데려옵니다. 박정민은 이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연기하면서도, 어딘가 계획이 있는 듯한 뉘앙스를 남깁니다.

제 경험상 이런 모호함은 영화에서 양날의 검입니다. 관객이 구단주의 의도를 끝까지 궁금해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결말에서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으면 찝찝함만 남습니다. <1승>은 후자 쪽에 가깝습니다. 강정원이 왜 핑크 스톰을 인수했고, 왜 1승 공약을 내걸었는지 명확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루저의 패기를 보고 싶어 한다"는 말만으로는 그의 행동을 모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현실 공감 vs 전형성, 어디까지 용인할까

<1승>의 가장 큰 장점은 '단 1승'이라는 현실적 목표입니다. 대부분의 스포츠 영화는 우승이나 극적인 역전을 그리지만, 이 영화는 전패 중인 팀이 고작 한 번 이기는 것도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줍니다. 배구 경기 장면도 실감 나게 연출됐고, 송강호의 연기는 루저 캐릭터에 인간미를 더합니다.

하지만 비평적으로 보면, 언더독 서사의 전형성을 벗어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오합지졸 팀이 단합하고 기적을 일궈낸다는 흐름은 익숙합니다. 선수 개개인의 서사도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습니다. 주장 방수지는 고인물이지만 왜 팀에 남았는지, 강지숙은 6년간 왜 벤치에 있었는지 충분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장윤주, 조정석 같은 배우들의 카메오도 반짝 등장했다가 사라져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일반적으로 스포츠 영화는 승리의 쾌감을 주지만, <1승>은 '패배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다시 일어서는 과정'에 집중합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영화가 관객에게 묻는다고 느꼈습니다. "당신은 1승을 위해 얼마나 버틸 수 있나요?" 완벽한 영화는 아니지만, 인생의 작은 승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되새기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결국 <1승>은 화려한 반전이나 극적인 감동보다, 현실적인 목표와 인간적인 캐릭터로 승부하는 영화입니다. 송강호와 박정민의 연기는 충분히 볼 만하고, 배구 경기 장면도 긴장감 있게 연출됐습니다. 다만 구단주의 의도나 선수들의 개별 서사가 명확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도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꿈꾸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에서 작지만 위대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JrP9pNba3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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