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기억상실증, 리메이크, 감정이입)

by Film Index 2026. 2. 23.

 

일본에서 흥행 대박을 친 원작을 한국으로 가져온 영화가 있습니다. 기억이 하루만 유지되는 여고생과 그녀를 사랑하게 된 남학생의 이야기죠. 저도 슬픈 사랑 이야기라는 소문을 듣고 영화를 봤는데, 솔직히 예상과는 좀 달랐습니다. 눈물 펑펑 흘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감정이 크게 동요하지 않더라고요.

기억상실증이라는 소재, 어떻게 풀어냈나

영화는 전교 최고 인기녀 한서연이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다는 설정에서 시작합니다. 교통사고 이후 잠에서 깨면 전날의 모든 기억이 사라지는 병이죠. 그래서 서연은 매일 밤 일기를 쓰고, 아침마다 방 가득 붙은 메모를 읽으며 자신의 삶을 다시 학습합니다.

남주인공 김재원은 짝꿍을 괴롭히는 아이들의 장난으로 서연에게 고백을 하게 됩니다. 감정 없는 형식적인 고백이었는데, 놀랍게도 서연이 승낙하면서 두 사람의 연애가 시작되죠. 처음엔 궁금증으로 시작한 관계였지만, 재원은 점점 서연에게 진심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기억상실증 소재는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치로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영화는 그 지점에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감정선이 쌓이기도 전에 장면이 넘어가는 느낌이랄까요.

리메이크작으로서의 평가

김혜영 감독은 일본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오되, 한국적 감성으로 재해석하려 했다고 합니다. 두 주인공의 감정선에 더욱 집중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었죠.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로 주가를 올린 최영호 배우의 스크린 데뷔작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부분에서 원작과의 비교가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일본 원작이 대박을 쳤다는 소문 때문에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걸까요.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정도면 괜찮은데?'라는 생각과 '뭔가 부족한데?'라는 느낌이 교차했습니다.

특히 남자 주인공이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여자 주인공의 반응이 담담하게 그려지는 장면에서는 감정 이입이 어려웠습니다. 기억이 없으니 슬픔도 없는 상태였고, 나중에서야 일기를 통해 사실을 알게 되는 구조라서 관객 입장에서는 감정선이 끊기는 느낌이었죠.

감정이입의 벽을 넘지 못한 이유

제가 이 영화를 보고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러닝타임 동안 두 사람의 사랑이 깊어지는 과정이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서연이 매일 일기를 쓰고, 재원이 매일 새롭게 서연에게 자신을 알리는 장면들이 반복되는데, 그 과정에서 애절함보다는 담담함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일반적으로 멜로 영화는 감정이 고조되는 지점을 여러 번 만들어 관객을 끌어당긴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영화는 잔잔하게 흘러가다 끝나버린 느낌이었습니다. 조금 더 애절한 순간들, 재원이 서연을 잃은 후의 고통을 깊게 표현하는 장면들이 있었다면 달랐을까요.

솔직히 이건 개인적인 취향 차이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오히려 이런 담백한 연출이 좋다고 평가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냥 소소한 학생들의 사랑 이야기 정도로 가볍게 보는 게 맞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 영화는 기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평가가 갈리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대박 리메이크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고, 담백한 청춘 멜로를 원했다면 만족할 수 있겠죠. 제 경험상 후자의 마음으로 접근하는 게 이 영화를 즐기는 방법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npIZOu5tzxs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Film Ind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