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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도시 리뷰 (지창욱, 도경수, 복수스릴러)

by Film Index 2026. 3. 4.

 

솔직히 저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조각도시>는 첫 에피소드부터 제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건실한 청년 태중(지창욱)이 강간 살인 토막범으로 몰려 모든 것을 잃는 과정을 보며, 저 역시 과거 사소한 오해로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세상이 등을 돌린 것 같은 막막함, 아무리 진실을 외쳐도 들리지 않는 공허함. 이 드라마는 그 감정을 극대화해서 보여줍니다.

억울한 누명, 조작된 증거들

여러분도 혹시 이런 상상을 해본 적 있으신가요? 내가 전혀 모르는 사건에 연루되어 모든 증거가 나를 가리킨다면? 태중은 배달 중 우연히 피해자의 집에 들렀고, 길 잃은 핸드폰을 주워 돌려줬을 뿐인데 그 모든 행동이 살인의 증거로 둔갑합니다. CCTV에 찍힌 그의 모습, 피해자의 핸드폰 GPS, 심지어 사체를 옮긴 캐리어까지. 모든 퍼즐이 완벽하게 맞춰지며 그를 범인으로 몰아갑니다.

제가 이 부분을 보며 가장 소름 돋았던 건, 태중이 선의로 했던 모든 행동이 역으로 작용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녹보수 화분을 돌보며 메시지를 남긴 것, 할머니의 짐을 옮겨준 것, 핸드폰을 주워 돌려준 것. 착하게 살던 사람일수록 더 쉽게 조작당할 수 있다는 현실이 너무 잔인하게 다가왔습니다. 검사는 여유롭게 질문을 던지고, 태중은 간신히 알리바이를 제시하지만 이미 기울어진 저울은 돌이킬 수 없었습니다.

교도소 안 더 깊은 지옥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들어간 태중을 기다린 건 구타와 폭력이었습니다.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고, 심지어 도와주겠다던 국선 변호사마저 적의 한 패였습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정말 숨이 막혔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적이 되는 순간, 유일한 내편이던 동생마저 죽음을 선택했다는 소식을 듣는 장면은 차마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드라마는 한 가지 반전을 던집니다. 똑같은 수법으로 조작당한 또 다른 피해자가 등장하고, 태중은 비로소 자신이 누군가의 계획된 게임에 휘말렸음을 깨닫습니다. 15년간 교도소에서 버텨온 선배 재소자의 조언을 따라, 그는 죽은 듯 살아내기 시작합니다. 공부하고, 운동하고, 자격증을 따며 하루하루를 채워갑니다. 제 경험상 이런 절망 속에서 일상을 유지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태중은 복수라는 목표를 위해 스스로를 단련해 나갑니다.

도경수가 연기한 사이코패스의 진면목

이 드라마의 백미는 단연 도경수가 연기한 요한입니다. 사람의 인생을 마치 조각하듯 설계하고 조작하는 그의 모습은 서늘하면서도 매혹적입니다. 교정 본부장조차 극존칭을 쓰는 이 젊은 남자의 정체는 대한민국 권력과 자본의 정점. 그는 단순히 재미를 위해 사람들의 인생을 파괴합니다. "게임은 다채로울수록 재밌으니까"라는 대사 한 마디가 그의 본질을 압축합니다.

솔직히 도경수의 이런 연기는 처음 봤습니다. 평소 순하고 착한 이미지와 완전히 반대되는 냉혹하고 계산적인 악역. 특히 태중과 직접 대면하는 장면에서 보여준 여유로운 광기는 정말 소름 돋았습니다.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며 느낀 건, 진짜 무서운 악은 칼을 들고 달려드는 게 아니라 웃으며 다가와 당신의 삶을 송두리째 뺏어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정리하면, <조각도시>는 억울한 누명과 복수를 다룬 장르물이지만 단순한 권선징악 구조를 넘어섭니다. 김창주 감독의 편집 감독 출신다운 속도감 있는 연출과 지창욱·도경수의 팽팽한 대립 구도는 몰입감을 극대화합니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자극적인 폭력 묘사가 과해지고, 복수의 정당화를 위한 설정들이 다소 평면적으로 느껴지는 건 아쉬운 지점입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는 파괴된 일상 속에서도 잃지 말아야 할 인간의 존엄과 끈질긴 생명력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디즈니플러스가 또 한 번 장르물의 새 기준을 제시한 작품이라고 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J0jTnJwKW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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