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능력 영화는 화려한 CGI와 거대한 스케일로 압도해야 제맛일까요? 저는 극장에서 <하이파이브>를 보며 정반대 경험을 했습니다. 태권도장 사범, 공장 노동자, 중년 아줌마가 장기이식 후 초능력을 얻는다는 설정부터 예상을 뒤엎었습니다. 강형철 감독 특유의 유머와 올드팝이 흐르는 가운데, 다섯 명의 평범한 인물이 손을 맞잡는 순간 폭발하는 에너지는 할리우드 히어로물과는 완전히 다른 결을 보여줬습니다.
초능력 액션, 생활밀착형으로 풀어내다
<하이파이브>의 가장 큰 매력은 초능력이 일상과 맞닿아 있다는 점입니다. 심장 이식으로 괴력을 얻은 완서, 폐 이식 후 바람을 다루는 지성, 간 이식으로 타인의 부상을 흡수하는 허약선까지, 각자의 능력은 화려하기보다는 '쓸모'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저는 특히 허약선이 부상자를 치료한 뒤 물 한 잔으로 회복하는 장면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할리우드 히어로들이 폭발 속을 무사히 걷는 동안, 한국 히어로는 물 마시며 체력을 채우고 있다니 이런 디테일이 영화를 더 인간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소박한 초능력'이야말로 영화의 정체성이라고 봅니다. 실제로 액션 장면도 블루스크린에서 배우 동작을 배속 촬영하고 VFX로 디지털 캐릭터를 만든 뒤 실제 로케이션과 합성하는 방식으로 완성됐다고 합니다. 결과물은 만화적이면서도 사실적인 무게감을 동시에 담아냈습니다. 완서가 태권도장에서 540도 회전차기를 시연하던 아버지를 뛰어넘어 8,000도 회전축을 돌리는 장면은 과장이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통쾌함은 진짜였습니다.
강형철 감독의 유머, 개그 타율 그대로
강형철 감독 영화를 본 분이라면 알겠지만, 그의 유머 코드는 과장과 현실이 절묘하게 섞인 '병맛'에 가깝습니다. <하이파이브>도 예외가 아닙니다. 히어로 네이밍 회의 장면에서 "구하는 걸 줄여서 굿걸", "산소 탱크니까 탱크보이", "플래시 걸 하려다 그냥 물 마시니까 패스"라는 대사들이 나올 때 저는 극장에서 혼자 킥킥댔습니다. 일반적으로 히어로 영화는 캐릭터 이름 하나에도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는데, 제 경험상 이렇게 대충 짓는 이름이 훨씬 더 기억에 남습니다.
~라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영화를 보니 이 가벼움이 오히려 진지한 액션 장면과 대비를 이루며 극의 리듬감을 살렸습니다. 악당 영춘이 젊음을 흡수하며 신이 되려는 야망을 드러낼 때, 그 무게감은 충분히 전달됐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완서 아버지가 "우리 아빠 1905년생인데"라며 탈탈 털어버리는 대사로 긴장을 풀어주는 식입니다. 저는 이런 톤 앤 매너가 <극한직업>이나 <써니>를 떠올리게 했고, 동시에 주성치 영화의 케이 코미디 감성도 느꼈습니다.
생활밀착형 히어로, 그러나 아쉬움도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다섯 명의 캐릭터를 골고루 조명하려다 보니 서사가 다소 분산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완서의 성장 과정은 충분히 그려졌지만, 나머지 이식자들의 전사나 동기는 짧게 스쳐 지나가는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허약선과 탱크보이는 능력 설명 후 본격적인 활약 없이 조연으로 머물렀고, 그들만의 갈등이나 고민이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러닝타임 제약상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금 더 각 인물에게 공을 들였다면 더 풍성한 앙상블이 됐을 것 같습니다.
또한 후반부 결전 장면에서 초능력 활용이 전략적이기보다는 시각적 화려함에 치중한 점도 비판할 부분입니다. 다섯 명이 손을 맞잡는 '하이파이브'가 핵심 설정인데, 정작 그 힘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왜 하필 손을 맞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개연성보다는 상징에 기댄 연출이라고 느꼈고, 탄탄한 구조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다소 가벼운 팝콘 무비로 비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하이파이브>를 보며 초능력의 화려함보다 '함께하는 동료애'가 진짜 힘이라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혼자서는 별볼일없던 능력들이 다섯 명의 손이 맞닿는 순간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는 장면은, 혼자 끙끙대던 문제들이 누군가와 손잡을 때 쉽게 풀린다는 단순한 진리를 상기시켰습니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가볍게 웃으며 에너지를 얻고 싶은 분들께는 충분히 추천할 만한 영화입니다.